
안녕하세요. 안산튼튼병원에서 척추 진료를 보고 있는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면 참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러다 말 줄 알았어요.”
“그냥 좀 쉬면 나을 줄 알고 버텼습니다.”
허리가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 신호를 ‘병’이라기보다 ‘피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었으니까, 무거운 걸 좀 들었으니까, 잠을 잘 못 자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게 되죠.
그런데 그 뻐근함이 어느 순간 엉덩이로 내려오고, 급기야 다리까지 찌릿하게 저려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마음이 달라집니다. ‘아, 이거 뭔가 잘못된 건가?’ 하는 불안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이 글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적고 있습니다. 통증이 며칠째 이어지는데 단순 근육통인지 디스크인지 헷갈리는 분, 허리보다 엉덩이나 다리, 심지어 발가락이 더 저린 분, 수술이 두려워 병원 방문을 미루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방향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늘 말씀드립니다. ‘참는 것’이 항상 미덕은 아니라고요. 특히 신경과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허리뼈 사이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 즉 추간판이 있습니다. 이 구조물이 제자리를 벗어나 뒤로 밀려 나오면 주변 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 신경이 바로 엉덩이에서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이어지는 좌골신경입니다.
그래서 허리 문제인데도 다리가 저리고, 감각이 이상하고, 심하면 발끝까지 찌릿한 통증이 뻗어 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허리디스크의 ‘방사통’입니다. 허리는 크게 아프지 않은데 다리만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참을 만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신경은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조직입니다. 압박이 지속되면 염증이 생기고 붓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 변성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손상된 신경은 나중에 압박이 줄어들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증은 줄었는데 감각이 둔하거나, 발이 남의 살처럼 느껴지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근력 저하입니다. 신경이 계속 눌리면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이 점점 약해집니다. 발목 힘이 빠져 걸을 때 발을 끌게 되는 족하수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단순 통증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통증을 무작정 참는 것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병원에 오시면 무조건 수술부터 권할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수술은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고려하는 선택지입니다.
우선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초기 단계라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통해 신경 주변 염증을 줄이고 긴장된 근육을 완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상당수 환자분들이 호전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거나 다리 저림이 지속된다면, 저는 비수술적 시술을 고려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경차단술입니다.
영상 장치를 보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주변에 직접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빠르게 줄이는 방법입니다.
신경성형술은 가느다란 관을 이용해 유착되거나 좁아진 부위에 접근해 공간을 확보하고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고, 고주파 수핵성형술은 돌출된 디스크에 고주파 열을 가해 부피를 줄여 압박을 완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런 비수술 치료 단계에서 일상으로 복귀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절개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르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있습니다. 다리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지거나, 발목이나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힘이 떨어진다면 이는 신경 마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 항문 주위 감각이 둔해지거나 대소변 조절에 이상이 생긴다면 지체하지 말고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영구적인 손상을 막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요즘의 수술은 과거처럼 큰 절개를 하지 않습니다. 미세현미경을 활용해 작은 절개로 문제 부위를 확대해 보면서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고 필요한 부분만 정밀하게 제거합니다.
퇴행이 심해 척추가 불안정하다면 척추 유합술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환자 상태에 맞춰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치료를 받느냐입니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한 의료진이 상주하는지, 필요한 검사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약물치료부터 비수술적 시술, 수술적 치료까지 단계별 계획을 세워줄 수 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통증을 잠시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아픈지 정확히 설명해 줄 수 있는 곳인지가 핵심입니다.
이제는 통증을 참고 버티는 대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왜 아픈지 아는 것, 그것이 건강한 척추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첫걸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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